스승이 무대를 빌려주고, 제자가 세상을 바꿨다 — Charissa Kroeger와 Ryan Heffington의 이야기
졸업장을 손에 쥔 스물두 살짜리가 처음으로 어느 안무가의 스튜디오 문을 두드리는 장면을 상상해봅니다. 문 너머엔 이미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로스앤젤레스의 공연장을 드나들며 그의 작업을 눈으로 익혀둔 터였으니까요. 아는 척은 했겠지만, 아는 것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Charissa Kroeger는 그 문턱을 넘었고, 그 순간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훗날 돌아봅니다.
기사 속 한 문장이 유난히 오래 눈에 머물렀습니다. “That job changed my life.” 짧고 담담한 고백입니다. 그런데 그 짧음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이 압축되어 있는지, 예술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LA라는 교실이 이어준 두 사람
Loyola Marymount University의 무용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로스앤젤레스를 교실의 연장으로 삼아왔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학과는 매년 200명이 넘는 안무가, 무용 이론가, 업계 전문가들을 캠퍼스로 초대합니다. Kroeger가 재학 중이던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졸업 전부터 Ryan Heffington의 작업을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이는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LA라는 도시 자체가 만들어준 관찰의 기회였을 것입니다.
Heffington은 이 기사에서 직접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Kroeger의 증언을 통해 그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그는 조수를 뽑았고, 그 자리에 갓 졸업한 무용수를 앉혔습니다. 스승이 제자를 고른 것인지, 제자가 스승을 찾아간 것인지, 기사는 그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만남이 한쪽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는 사실은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사제 관계가 흥미로운 것은 늘 이 지점 때문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고 다른 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공학을 오래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이 감각을 잘 압니다 — 좋은 학생은 스승이 스스로 알지 못했던 것을 끌어냅니다. Kroeger가 Heffington의 스튜디오에서 무엇을 가져갔는지는 기사에 나와 있지만, Heffington이 그 관계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스승의 흔적이 제자의 작품 속에 구조로 남다
Kroeger는 졸업 후 무용수, 크리에이티브 무브먼트 디렉터, 영화감독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기사는 Zendaya, Nicole Kidman, Lorde와 함께 일했다는 사실을 짧게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들 앞에 Heffington의 조수 시절이 먼저 나옵니다. 순서가 의미 있습니다. 그 시절이 이후의 모든 것을 위한 기반이었다는 뜻입니다.
Kroeger는 LMU 시절 스승 Rosalynde LeBlanc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내게 공간을 이끄는 능력과 과정 속에서 호기심을 키우는 법을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LeBlanc은 Kroeger의 공연과 영상에 직접 출연하고 있습니다. 스승이 제자의 작품 속 무용수가 된 것입니다. 이 역전은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닙니다. 진정한 사제 관계가 어떤 형태로 성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Heffington과의 관계도 같은 결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기사가 전하는 것은 “그 일이 내 삶을 바꿨다”는 한 문장뿐이지만, 그 안에는 기술의 전수만이 아니라 태도, 감각, 현장의 논리 같은 것들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좋은 안무는 결국 정교한 구조와 깊은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합니다. Kroeger가 Heffington의 스튜디오에서 배운 것은 아마도 그 만나는 지점을 찾는 법이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Kroeger는 LMU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기술의 언어가 아니라 비평의 언어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협업의 자리에서 전혀 다른 존재감을 가집니다. Heffington의 조수로 일할 때 그 언어가 얼마나 빛을 발했을지,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관계가 끝나지 않는 이유
흥미롭게도 기사 어디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조수 시절이 지나고 Kroeger는 독립적인 창작자가 되었지만, LeBlanc과의 관계처럼 Heffington과의 연결도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LA는 좁은 도시가 아니지만, 무용 공동체는 생각보다 촘촘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LMU 무용학과의 현 학과장 Taryn Vander Hoop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에 개인적인 관심을 기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 철학이 Kroeger 같은 졸업생을 만들었고, 그 졸업생이 다시 Heffington 같은 현장 예술가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학교와 현장, 스승과 제자, 제자와 또 다른 스승 — 이 연결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때 예술은 살아 있는 전통이 됩니다.
Kroeger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그녀가 대단히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받은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 일이 내 삶을 바꿨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바꿔준 관계에 진심으로 빚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만이 다음 세대에게 같은 종류의 변화를 건넬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문을 열어준 순간을 기억하는 것 — 그것이 사제 관계를 단순한 기술 전수 이상의 것으로 만들고, 예술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언어로 유지시키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