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목소리가 서로를 빚다 — Talking Heads와 브라이언 이노의 기묘한 동행

녹음실 안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한쪽에는 말수가 적고 긴장을 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데이비드 번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론과 실험을 즐기며 소리 그 자체를 재료처럼 다루는 브라이언 이노가 있습니다. 둘은 취향도, 방법도, 기질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이 충돌 대신 화학 반응을 일으켰고, 그 결과물이 바로 1979년에 세상에 나온 《Fear of Music》이었습니다. 최근 이 앨범의 슈퍼 디럭스 에디션이 발표되었습니다. 3장짜리 CD 세트로, 리마스터링된 원본 앨범에 더해 발굴된 라이브 녹음과 스튜디오 아웃테이크까지 담겼다고 합니다. 오래된 대화가 다시 꺼내진 셈입니다.

같은 방 안의 이방인들

Talking Heads
출처: 위키백과 – Talking Heads

Talking Heads는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밴드였습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ISD) 출신들이 모여 만든 이 그룹은 록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늘 그 경계 바깥을 기웃거렸습니다. 데이비드 번, 크리스 프란츠, 티나 웨이머스, 제리 해리슨. 네 사람은 뉴욕의 CBGB 무대에서 펑크와 뉴웨이브의 열기 속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음악은 그 어느 장르 안에도 편하게 들어앉지 않았습니다.

브라이언 이노와의 만남은 1978년 《More Songs About Buildings and Food》 작업 때부터였다고 전해집니다. 이노는 그 무렵 이미 앰비언트 음악의 선구자로, 그리고 로버트 프립과의 실험적 협업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그가 Talking Heads의 작업에 참여한 것은 단순한 프로듀서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소리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흔들어놓는 사람이었습니다. 리듬을 건물의 기둥처럼 세워두고, 그 위에 예상을 벗어나는 질감을 올리는 방식이랄까요. 구조를 사랑하면서도 구조를 뒤트는 데 주저함이 없는 태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말해줍니다. 《Fear of Music》은 불안과 리듬이 동시에 존재하는 앨범입니다. 도시의 소음과 공포,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사 속에 들어찼고, 소리는 아프리카 음악의 폴리리듬을 흡수하면서도 차갑고 기계적인 뉴욕의 공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감수성이 팽팽하게 당기고 밀었던 흔적처럼 들립니다.

긴장이 만들어낸 것들

Talking Heads
출처: 위키백과 – Talking Heads

사제 관계라 부르기엔 이노가 너무 대등했고, 라이벌 관계라 부르기엔 둘의 충돌이 공개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이 관계를 ‘생산적인 긴장’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되, 그 불편함이 창작의 에너지가 되는 관계 말입니다.

이노는 Talking Heads에게 구조를 해체하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번은 이노에게 팝의 언어가 가진 설득력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노의 실험은 번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완전히 추상으로 흘러가지 않았고, 번의 멜로디는 이노의 감수성 속에서 예측 가능한 선율로 안착하지 않았습니다. 공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두 힘이 서로 상쇄하지 않고 진폭을 키우는 공진(共振)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Fear of Music》의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그 긴장이 어떻게 소리가 되었는지 느껴집니다. 「Life During Wartime」은 정치적 불안을 댄스 리듬 위에 올려놓고, 「Air」는 공기를 두려워한다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밀고 나갑니다. 「Heaven」은 천국이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고 묘사합니다. 이런 가사들은 이노의 개념적 사고와 번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함께 빚어낸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어느 한 사람만의 목소리였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협업은 이듬해 《Remain in Light》(1980)으로 이어지며 절정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집니다. 그러나 《Fear of Music》은 그 전야의 작품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아직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던 시간의 기록입니다. 슈퍼 디럭스 에디션에 담긴 스튜디오 아웃테이크들은 그 과정, 즉 완성되기 이전의 탐색과 실패와 재시도의 흔적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완성된 음반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솔직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계는 작품 안에 남는다

Talking Heads
출처: 위키백과 – Talking Heads

오늘날 이 앨범이 다시 꺼내지는 것을 보면서, 저는 관계라는 것의 지속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노와 Talking Heads의 협업은 몇 년 안에 끝났습니다. 번은 솔로 작업으로, 이노는 또 다른 실험들로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했던 압력과 자극은 작품 안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Talking Heads의 음악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낡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음악이 한 사람의 완결된 세계관이 아니라 두 감수성의 충돌과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균열이 있는 곳에서 빛이 들어오듯,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두 힘이 작품에 균열을 만들었고, 그 균열이 지금까지도 우리를 안으로 끌어당깁니다.

라이브 녹음이 발굴되었다는 소식도 흥미롭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설계된 소리가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살아 움직였는지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 관계의 또 다른 단면을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대에서는 이노가 없었지만, 그의 흔적은 밴드의 연주 방식 안에 이미 스며들어 있었을 테니까요.

좋은 관계란 끝난 뒤에도 작품 안에서 계속 말을 걸어오는 것, 그것이 오늘 이 오래된 앨범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 건네는 조용한 인사인지도 모릅니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