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뒤에 도착한 편지 — 브리지 레코드와 데이비드 스타로빈의 유산
2026년 9월, 한 레코드 레이블의 소유권이 조용히 바뀌었습니다. 런던과 홍콩에 본거지를 둔 챈도스 레코드가 미국의 브리지 레코드를 인수했다는 발표였습니다. 보도자료 한 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숫자 하나가 눈을 붙들었습니다. 45년. 누군가 45년을 한 방향으로만 걸어왔다는 뜻이니까요.
브리지 레코드를 1981년에 세운 사람은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비드 스타로빈입니다. 그가 레이블을 창립했을 때, 20세기와 21세기 클래식 레퍼토리 — 그러니까 대중이 쉽게 외면하는, 낯설고 까다로운 현대 음악 — 를 전문으로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수익이 되는 음악을 고르지 않았습니다. 되어야 한다고 믿는 음악을 골랐습니다. 그 차이가 45년을 만들었습니다.
37번의 그래미 노미네이션이 말해주는 것
브리지 레코드가 지금까지 받은 그래미 및 라틴 그래미 노미네이션은 37회입니다. 숫자만 보면 인상적이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그 목록에 담긴 이름들입니다. 엘리엇 카터, 조지 크럼, 폴 란스키, 한스 베르너 헨체, 앙리 뒤티외, 다케미쓰 도루. 이들은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가장 팔기 어려운 작곡가들입니다. 난해하고, 대중적 선율이 없으며, 연주 자체도 고난도입니다. 레코드 레이블이 이 이름들을 수십 년에 걸쳐 카탈로그에 쌓아왔다는 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종의 신념의 결과입니다.
공학을 오래 공부한 사람의 눈에는, 이런 구조물이 유독 잘 보입니다. 브리지 레코드라는 조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교한 아카이브 시스템이었습니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소실될 위기에 처한 레퍼토리를 붙잡아두는 방향으로 설계된 구조. 그 설계자가 데이비드 스타로빈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브리지는 특히 “수십 년에 걸친 주요 작곡가 헌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한 장의 앨범이 아니라, 한 작곡가의 전 생애를 기록하는 작업. 그것은 레코딩이 아니라 보존이었습니다.
스타로빈 자신이 기타리스트로서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연주자는 악보가 소리가 되는 순간의 무게를 압니다. 그가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시장 논리를 따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 무게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사에는 그가 레온 플라이셔의 녹음 현장에 있었던 2020년의 사진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창립자가 직접 세션에 함께했다는 것. 레이블이 하나의 사업체가 아니라 음악적 신뢰 관계 위에 세워졌다는 단서입니다.
손을 떼는 일, 그리고 그 이후
45년 만에 레이블을 판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요. 스타로빈이 남긴 성명은 짧고 담담합니다. “45년간의 레코드 사업 끝에, 저희 레이블 브리지 레코드가 챈도스 레코드에 인수되어 런던과 홍콩에서 운영될 예정입니다. 매각에 만족하며, 브리지 카탈로그가 이제 탁월한 손에 맡겨졌고, 훨씬 넓은 도달 범위를 갖게 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홍보용 과장이 없습니다. 아쉬움도 없습니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만들어온 사람 특유의 조용한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인수자인 클라우스 헤이만은 낙소스를 만든 인물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낮은 가격에, 더 넓은 레퍼토리로 제공하겠다는 철학으로 업계의 지형을 바꾼 기업가입니다. 그가 이번에 챈도스를 통해 브리지 레코드를 인수하면서, 오흠스 클래식과 오르페오까지 포함해 네 번째 레이블 인수를 마쳤습니다. 헤이만 입장에서 브리지는 37번의 그래미 노미네이션을 받은 검증된 카탈로그이자, 미국 현대 음악 레퍼토리의 창고입니다.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사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스타로빈 입장에서 이 매각은 다른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45년간 쌓아온 것이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난다는 것. 사후에 유산이 어떻게 취급될지 알 수 없는 예술가들과 달리, 그는 살아있는 채로 자신의 레거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더 용기 있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집착하지 않는 것. 손에 쥔 채 끝까지 가지 않는 것.
음악이 살아남는 방식에 대하여
브리지 레코드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자꾸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음악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위대한 작품도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앨리엇 카터의 어떤 곡이, 혹은 조지 크럼의 어떤 실내악이 브리지의 카탈로그에 담기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것을 들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연주회는 한 번 끝나면 사라지지만, 레코딩은 남습니다. 남긴다는 행위 자체가 예술의 한 부분입니다.
데이비드 가렛은 같은 날 발표된 다른 기사에서 “예술, 특히 음악은 불멸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불멸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녹음해야 하고, 출판해야 하고, 카탈로그에 올려야 하고, 그 카탈로그를 팔지 않고 지켜야 합니다. 브리지 레코드의 45년은 그 ‘누군가’의 역할을 데이비드 스타로빈이 기꺼이 맡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챈도스가 브리지 카탈로그를 런던과 홍콩에서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훨씬 넓은 유통망, 훨씬 많은 청중. 스타로빈이 바라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면, 이 매각은 끝이 아니라 브리지 레코드의 두 번째 시작입니다. 음악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온 사람이 이제 그 음악을 더 큰 세상으로 내보내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오늘 이 이야기가 전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정성껏 쌓아온 것은, 때로 손을 놓는 순간 비로소 더 많은 사람에게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