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서 지시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요. 팀원들이 자꾸 다르게 이해합니다.”
은퇴 후 블로그 댓글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저도 35년간 조직 운영을 하며 똑같은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중요한 공지사항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실행되는 경험 말입니다. 그때마다 제가 깨달은 건 이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방통행과 소통은 다릅니다. 일방통행은 제 말만 하는 것이고, 소통은 상대방이 이해했는지, 무엇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듣기 없는 말하기는 소통이 아닙니다
20년차 팀장 시절의 일입니다. 팀원들이 자꾸 보고서 양식을 틀렸습니다. 저는 회의에서 명확하게 설명했습니다. “A4 세로, 표지 따로, 본문 폰트 11pt.” 지시사항이 구체적이었죠.
그럼에도 계속 틀렸습니다. 화를 낸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했는데 왜 못 하냐고.”
그다음 주 월요일, 한 팀원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교수님, 혹시 이 양식이 어디 양식이에요? 저는 지난번에는 세로였는데 이번엔 가로라고 이해했거든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설명할 때 팀원들이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어디서 헷갈렸는지 전혀 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지시 후에 반드시 물었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 너는 이걸 어떻게 이해했어?”
팀원들이 말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오류가 줄어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소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 일방적인 설명일 뿐이었습니다.
조직 소통은 ‘되물음’으로 시작됩니다
효과적인 리더십의 소통은 질문에서 나옵니다. 특히 ‘되물음’입니다.
제가 자주 사용한 문구들입니다.
30년을 함께 일한 과장과 나눈 대화가 있습니다. 정년 1년 전쯤이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교수님 강점 중 하나가 물어보신다는 거였어요. 다른 리더들은 ‘이렇게 해’라고만 하는데, 교수님은 우리 생각을 들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평범한 칭찬이라고 생각했는데, 은퇴 후 되짚어보니 이것이 소통의 핵심이었습니다. 팀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조직 소통입니다.
팀 관리 실무에서 꼭 필요한 한 가지
조직 소통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구조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를 ‘확인 사이클’이라 부릅니다.
1단계: 당신이 설명합니다(30초 이내).
2단계: 팀원에게 물습니다(대면 또는 메시지).
3단계: 팀원이 이해한 내용을 말하도록 합니다.
4단계: 필요하면 수정하고 재확인합니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이 과정에 걸리는 5분이 나중에 일의 오류로 낭비되는 30분을 줄입니다.
제가 퇴임 때 받은 추천서에서 한 팀원이 썼던 문장입니다.
“교수님과 일하면서 느낀 점은, 리더가 자신의 생각을 철저히 설명하고, 동시에 팀원의 생각을 정성스럽게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알았습니다.”
그 문장이 제 35년의 리더십 경험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십은 거창한 비전 제시가 아닙니다. 팀 관리도 복잡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도착했는지 진심으로 확인하려는 태도.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오늘 하나만 해보세요. 다음 업무 지시를 하고 난 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말해 줄래?” 이 한 문장을 덧붙이세요. 그것만으로도 조직 소통에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