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400마일 앞에서 — 더글러스 맥컬로의 마지막 여정이 남긴 것

리버사이드 다운타운의 전시장 안에, 지도 한 장이 걸려 있습니다. 미국 대륙 위로 거대한 X자가 그어진 지도입니다. 선은 나라 전체를 가로지르지만, 끝에 이르러 딱 한 곳에서 멈춥니다. 완성되지 못한 채로. 그 선이 멈춘 지점에서 약 400마일, 더글러스 맥컬로는 2025년 1월 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짧은 투병 끝에. 그리고 지금, UCR ARTS 캘리포니아 사진박물관에서는 그의 작업 35년을 한자리에 모은 첫 번째 회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은 『Dispatches』, 1990년부터 2025년까지의 사진들입니다. 그런데 이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이 제일 먼저 받게 되는 인상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이 사람은 끝내 다 마치지 못했구나. 그리고 곧이어, 그 미완성이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지도와 우연이라는 설계도

Douglas McCulloh (더글러스 맥컬로)
출처: 위키백과 – Douglas McCulloh (더글러스 맥컬로)

더글러스 맥컬로는 남부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활동한 사진작가입니다. 그런데 그의 방식은 처음부터 남달랐습니다. 그는 카메라를 들기 전에 먼저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어디를 찍을지, 누구를 만날지를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 지도와 우연 조작(chance operations)으로 결정했습니다. 기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세계를 실제로 존재하는 그대로 마주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러기 위해 의도를 제거하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공학을 오래 다룬 사람 입장에서, 저는 이 방식이 낯설지 않습니다. 설계자는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변수를 통제하지만, 맥컬로는 정반대로 자신을 변수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짰습니다. 제어를 포기하는 것이 그의 방법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론이 35년간 일관되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 이 작가를 단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와 구분 짓는 지점입니다.

그의 주요 시리즈들은 이 원칙을 충실히 따릅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진행된 「Chance Encounters」에서는 무작위로 선택된 2만 2천 마일의 지형을 누비며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Dream Street」(1999~2009)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주택 단지를 착공부터 주택버블 붕괴까지 10년간 기록했습니다. 어느 것도 작가가 원하는 장면을 찾아 돌아다닌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구조가 이끄는 곳으로 갔습니다.

X자가 완성되지 못한 날

마지막 프로젝트 「American Cross」는 2013년 1월에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거대한 X자를 그어 그 선이 지나는 지점들을 촬영하는 작업이었습니다. 5,352마일 이상을 이동했고, 2025년 1월, 완성까지 400여 마일을 남겨둔 채 그는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멈추었습니다. 400마일. 자동차로 치면 대략 서울에서 부산을 두 번 왕복하는 거리입니다. 그렇게 가까이까지 왔는데.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 미완성은 어쩌면 이 작가의 방법론과 기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는 평생 결과보다 과정을, 목적지보다 경로를 신뢰했습니다. 그 마지막 400마일도 결국 그가 직접 걷지 못했을 뿐, 프로젝트가 그에게 부여한 경로의 일부였을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습니다. 2006년에 제작된 「The Great Picture」는 기네스 세계 기록을 보유한 가장 큰 인화 사진입니다. 해제된 해병대 격납고를 핀홀 카메라로 개조해 찍은 이 사진은 높이 31피트, 너비 111피트에 달하는 단일 젤라틴 실버 프린트입니다. 이번 전시에 실물은 전시되지 않았지만, 제작 과정의 기록물과 게임 엔진 기술로 새롭게 재현한 가상현실 버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VR 헤드셋이나 스크린으로 그 안에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미완성이 남긴 언어

그의 사후에 열린 이번 전시는 단순한 추모 행사가 아닙니다. 기사가 명시하듯, 이것은 그의 작업 전체 범위를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첫 번째 전시입니다. 달리 말하면,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전 생애를 이렇게 펼쳐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사후 전시라는 형식 자체가 작가의 의도 바깥에 있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맥컬로의 경우, 그 형식이 그의 작업 방식과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립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의도를 배제하고 우연과 시스템에 몸을 맡겼습니다. 사후 전시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작가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작품들이 스스로 말을 겁니다.

미완성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언제나 까다롭습니다. 완성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추고 완성된 부분만 부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결핍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후자를 택한 것처럼 보입니다. 5,352마일을 이동했으나 400마일을 남기고 멈춘 여정. 그 숫자는 숨겨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그의 유산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전시가 열리는 동안, 그 미완의 X자는 하나의 질문으로 공중에 떠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완성해야만 한 것을 다 한 걸까요? 맥컬로의 작업 전체를 보고 나면, 그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평생 우연이 이끄는 곳에 카메라를 들이밀었던 한 사람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어쩌면 이것입니다. 완성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이며,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구조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는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멈추지 않고 말을 계속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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