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 들어서는 팀장님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혹시 팀장이 입을 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거나, 혹은 “또 시작이군” 하는 한숨이 나오지는 않으신가요?
35년 동안 수백 개 기업의 조직 문화를 관찰해온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리더십과 소통의 가장 큰 오해는 “리더가 많이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경영학 이론도 그렇게 가르쳤으니까요. 하지만 현장은 달랐습니다.
말이 많은 팀장이 만드는 조용한 절망
제가 근무하던 대학에서 신입 교수들을 멘토링할 때의 일입니다. A 교수는 세미나 때마다 자신의 통찰과 경험담으로 50분을 채웠습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받아 적었고 ‘좋은 수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자 그 클래스에서 나온 연구 성과는 형편없었습니다.
반면 B 교수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겠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처음엔 학생들이 어리둥절했습니다. 침묵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달라졌습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찾고, 팀을 짜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나중에 그 학생들이 배출한 논문의 수와 질은 A 교수 학생들의 2배 이상이었습니다.
같은 현상은 기업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제가 컨설팅했던 한 부서는 팀장이 매일 아침 30분씩 훈시를 했습니다. “우리 팀의 목표는 이것이고, 방법은 이것이며,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식이었습니다. 3년 뒤 이 부서의 이직률은 34%였습니다. 바로 옆 부서는 같은 기간 9%였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팀장의 말의 양이었습니다.
팀원이 말을 할 때, 리더가 해야 할 일
효과적인 조직 소통은 리더의 입이 아니라 팀원의 입을 열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관찰한 성과 높은 팀들의 공통점은 팀장이 의외로 조용했다는 점입니다. 회의에서 팀장이 말하는 시간이 전체의 15~20%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팀원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중요한 건, 팀장이 “조용히 있었던”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들겠습니다. 제가 컨설팅한 제조업체의 생산 팀장은 매달 한 번씩 현장 미팅을 했는데, 자신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질문만 던졌습니다. “이번 달 생산 과정에서 뭐가 가장 답답했어?” 그리고 30분을 침묵 속에서 들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이 불편해했습니다. “팀장님, 뭔가 말씀 안 하세요?”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일이 바뀌었습니다. 직원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시작했고, 불량률이 18%에서 7%로 떨어졌습니다. 팀장이 제시한 해법이 아니라, 팀원들이 스스로 찾은 해법이었기에 실행 속도와 몰입도가 달랐던 것입니다.
침묵의 리더십, 실제로 어떻게 실천하나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팀장이시거나 리더라면, 다음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십시오.
“지난 주 내가 진행한 회의에서 내가 말한 시간과 팀원들이 말한 시간을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더 길까?”
만약 자신이 더 오래 말했다면, 그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통제입니다.
효과적인 소통의 실제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질문으로 시작하십시오. “넌 어떻게 생각해?” 둘째, 답할 시간을 주십시오. 침묵이 불편하면 안 됩니다. 그 침묵 속에서 상대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셋째,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으십시오. 반박하거나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싶어도 참으십시오. 그 다음이 아니라 그 때 팀원은 “나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넷째, 팀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성과는 반드시 팀원의 이름으로 돌리십시오. 이것이 다음 발언을 이끌어냅니다.
3년 전 제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 3명일 때, 저도 모든 글에서 내 생각을 다 쏟아냈습니다. 그러다 댓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서 독자들의 진짜 고민이 보였습니다. 그제야 저는 묻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지금 월 수만 명이 방문하는 이유는 제가 잘 쓰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내일 회의부터 하나를 해보십시오. 자신이 평소보다 절반만 말하고, 나머지 시간은 팀원들의 말을 듣기만 해보십시오. 반박하지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하지 말고, 그저 들으십시오. 그리고 한 명이 말을 마치면 “그 부분은 누가 맡아볼까?”라고만 물으십시오.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이고, 살아있는 조직 소통입니다. 경영학 35년이 말해주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강력한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