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답답함을 느껴봤을 겁니다. 분명히 지시했는데 팀원이 딴짓을 하거나, 회의에서 좋은 의견을 제시했는데 침묵으로 돌아오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렸는데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일들 말입니다.
저는 35년간 경영학과에서 조직론과 리더십을 가르쳤습니다. 강의실에서는 이론을 설명했지만, 실제 대학 행정과 학과 운영에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교수진과의 소통,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은퇴 후 돌아보니, 제가 놓쳤던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였습니다.
지시와 대화는 완전히 다릅니다
리더십에서 말하는 ‘소통’은 보통 일방 통행입니다. 리더가 목표를 설정하고 지시하면 팀원이 따르는 구조죠. 저도 초반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면 팀이 움직일 것이다”라고요.
현실은 달랐습니다. 2010년 학과장을 맡았을 때, 새로운 교육 정책을 발표했는데 반발이 심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팀원들이 느낀 불안감과 우려가 있었는데, 저는 그것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3개월이 걸려 정책을 수정했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대화는 내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지시는 정보 전달입니다. 하지만 대화는 신뢰 구축입니다. 지시를 통해서는 단기적 순응을 얻을 수 있지만, 대화를 통해서야 장기적 헌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팀원의 입을 열게 하는 구체적 방법
“의견 있는 사람?” 이렇게 물으면 아무도 입을 안 엽니다. 20년 경영학 강의 경험에서 본 것인데, 집단 앞에서의 발언은 심리적 부담이 큽니다. 특히 리더가 이미 의견을 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만났습니다. 복도에서, 커피숍에서, 때로는 전화로. “이번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일대일로 물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불안감도, 좋은 아이디어도, 심지어 나의 결정 오류까지도요.
수집한 의견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다음 회의에서 “지난번에 이런 우려가 있었는데, 함께 생각해봤습니다”라고 공개했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회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팀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느끼고, 더 열린 태도로 토론에 참여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자면, 이 방식으로 전환한 후 팀 회의 발언 참여도가 30%에서 65%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의견 충돌도 증가했지만, 역설적으로 조직 응집력은 더 강해졌습니다.
결정 후의 설명이 더 중요합니다
리더가 결정을 내렸을 때, 팀원들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닙니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가”입니다.
제 경험을 나눕니다. 2015년 학과 정원 조정 결정을 내렸을 때였습니다. 객관적으로는 대학 전체 정책의 필수 사항이었지만, 교수진은 자신의 영역이 축소되는 것으로 느껴 반발했습니다. 저는 숫자와 데이터를 들고 설명했는데 도움이 안 됐습니다.
그 후 개인 면담을 통해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이 결정이 맞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학과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신의 우려가 중요합니다”라고요.
순종이 아니라 이해를 구한 겁니다. 그 결과 저항은 여전했지만, 팀원들은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처럼 행동했습니다. 실행 단계에서의 협력이 컸습니다.
리더십의 소통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이겁니다. 결정을 내리고 팀원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결정까지의 과정을 함께 나누고, 결정 후에는 그 이유를 정직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시작할 한 가지
내일 회의나 팀 미팅이 있다면, 결정 사항을 공지하기 전에 한 가지를 해보세요. “이 결정에 대해 의문이나 우려가 있으신가요?”라고 먼저 물으세요. 그리고 정말로 귀를 기울이세요.
팀원의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신뢰의 부재일 수 있습니다. 그 침묵을 깨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의 소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