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의실을 경험해 보셨나요? 리더가 질문을 던져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 이메일로는 의견을 보내지만 자리에서는 침묵만 흐르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저는 35년간 경영학을 가르치면서 수백 개 조직을 봤는데, 가장 답답해하던 리더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팀이 말을 안 한다’는 고민 말입니다.
은퇴 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많은 중간관리자들의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은 거의 같았습니다. “교수님, 우리 팀은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혹시 제 리더십이 문제일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 질문을 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심리적 안전감’ 부족에 있었습니다.
침묵은 반항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대학원에 B 교수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세미나는 항상 무거웠습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그건 너무 기초적인데?” 하는 식으로 대답했거든요. 처음엔 학생들이 질문을 시도했지만, 3주 후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C 교수의 수업은 시끄러웠습니다. 학생들이 자주 발언했고, 때론 엉뚱한 질문도 나왔는데, C 교수는 항상 “좋은 질문입니다” 또는 “흥미로운 관점이네요”라고 답했습니다.
두 분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차이는 ‘틀린 발언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있었습니다. 팀이 침묵하는 것은 팀이 나쁜 게 아니라, 리더가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제 실수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강의 초반에 자주 사용하던 기법이 있습니다. 수업의 첫 15분을 ‘내 실수 공개 시간’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어제 내가 한 강의에서 인용한 통계가 잘못된 것 같다, 이번 주 과제 설명이 불명확했다, 지난번 학생 의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섣불렀다는 식으로요.
처음엔 학생들이 어색해했습니다. 하지만 3주 정도 지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학생들도 자신의 실수를 말하기 시작했고,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교수님, 지난주 얘기인데…”라며 제 강의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도 나왔습니다. 이게 바로 조직 소통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가 “저도 실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낼 때, 팀원들은 안심하고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3가지 실천법
첫째, 회의 시작 5분을 ‘질문 시간’으로 정하세요. 제가 컨설팅한 한 회사는 주간 회의마다 처음 5분을 “이번 주 일하면서 막혔던 것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답하지 않았지만, 리더가 직접 자신의 막힘을 먼저 얘기하자 팀원들도 따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틀린 의견에 “고마워요”라고 하세요.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입니다. 제 강의에 참석한 한 학생이 아주 엉뚱한 주장을 했습니다. 저는 “흥미로운 관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함께 이 부분을 좀 더 깊이 탐구해볼 가치가 있겠네요”라고 답했습니다. 그 학생뿐 아니라 전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셋째, 피드백은 ‘요청’으로 시작하세요. 팀원에게 “너는 왜 이렇게 했어?”라고 묻는 것과 “이 부분이 좀 이해가 안 되는데, 너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까?”라고 묻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심문이고, 후자는 대화입니다.
변화는 리더부터
제 블로그 독자 중 한 분은 저와 같은 방식으로 자기 팀을 바꾸려고 시도했습니다. 3개월 후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정말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 팀원들이 회의에서도 편하게 의견을 냅니다.”
조직의 소통 문제는 대부분 구조나 시스템 때문이 아닙니다. 심리적 안전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리더가 만듭니다. 리더가 먼저 ‘나는 불완전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때, 팀은 비로소 입을 열게 됩니다.
오늘 하루, 한 가지만 실천해 보세요. 팀과의 다음 대화나 회의에서 자신의 작은 실수나 확신이 없던 결정에 대해 먼저 말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