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키즈'의 탄생: 청년들은 왜 한강의 문학에 빠져들었나
들어가며: '문해력 논란'을 뒤집은 청년들
"요즘 젊은이들은 책을 안 읽는다"는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25.5%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이미 읽었다고 답했습니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죠. '문해력 저하'라는 오명을 뒤집은 청년들, 그들은 어떻게 한강의 문학에 빠져들었을까요?
'한강 키즈'의 탄생
가수 박혜원의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유명한 그는 활동명을 'HYNN'으로 정했습니다.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죠. 2018년, 데뷔를 준비하며 불안해하던 그에게 누군가 이 책을 선물했습니다.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만을 건넬게"라는 문장에 깊은 감동을 받은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왜 청년들은 한강의 문학에 매료되었나
1. 감정의 깊이 있는 체험
청년들은 한강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닌, 감정을 온전히 체험한다고 말합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고통을 느낍니다.
2. 인권 감수성의 공명
젊은 세대는 과거 역사의 질곡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풍부한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강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개인의 희생과 상처에 깊이 공감합니다.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역사적 사건의 피해자들과 정서적으로 연대합니다.
3. 존재의 확인과 위로
청년들은 한강의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위로를 받습니다. '바람이 분다, 가라'의 혈우병 환자나 전쟁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재확인하고, 모성애와 같은 깊은 정서를 대리 체험합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한강과의 만남
한강의 문학이 청년층에 스며든 데에는 교육의 역할도 컸습니다. '내 여자의 열매' 등이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렸고, 학교에서의 독서 토론을 통해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게 되었습니다. 한 고등학생은 교보문고 한강 책 판매대에 "중학생 때부터 응원했는데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만든 '한강 키즈'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시대적 맥락에서 해석합니다. 김헌식 교수는 "인공지능 혁명 시대에 존재감을 위협받는 청년들이 한강의 문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무감각해져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에서, 한강의 문학은 청년들에게 감성의 숨구멍이 되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며
청년들에게 한강의 문학은 단순한 책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거울이자,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렌즈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한강 키즈'의 등장은 우리 시대 청년들의 진지함과 깊이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현상이 아닐까요?